2023 CICA 뮤지엄

시카뮤지엄 개인전

FIELD, something scattered  & Fragments

Solo Exhibition  / 2023. 05. 24 - 28

@ CICA Museum

 CICA Museum Exhibition 2023.5.24.~28


전시소개

 판화와 페인팅으로 선행된 나의 회화적 관념을 벗어나고자 새로운 매체를 탐구하는 동안 <내재된 기호Inherent signs>를 비롯한 이전의 작업들보다 좀 더 근원적인 접근이 필요했다. 선과 색으로 드러내고 보여주는 그간의 표현방식에서 기호로서의 시각적인 문법을 최소화하려고 시도한 <FIELD>는 먼저 판화로 에스키스된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간의 작업들을 한 공간에 모아서 보여주고자 한다.


1. <Field>

 2017년부터 시작한 흙 작업 <FIELD>는 땅에 대한 회개에서 비롯되었다. 

땅은 부와 가난, 권력과 지위, 선과 악, 남과 여, 인간과 동물의 차별이 없는 곳이며 모든 것을 벗어버린 상태의 장場이다. 땅은 스스로 정화함으로써 생명의 배태와 사멸이 이루어지는 장소, 존재의 시작과 끝이 공존하는 거룩한 성소聖所이다.

혼합된 흙 재료가 캔버스 위에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서서히 크랙이 생겨나고 건조 과정 중에 기호적 형상으로 변환된다. 물감과 바인더, 숯가루 등을 혼합해서 만든 재료는 혼합과 건조 과정, 그리고 보완 과정을 지나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1년 ~2년) 크랙 작업은 이미지를 통해 유추되는 의미와 은유가 배제되는 형태로, 존재를 물질로서 드러내는 동일성과 반복을 통한 중성적 표면, 부분 보다 전체, 파토스적인 평면성을 통해 단순한 질서체계를 유도함으로써 최소한의 환원주의를 추구한 작업이다.


2. <FIELD, 흩어진 아무것들Something Scattered>   

 기존의 <FIELD> 작업에 더해 오브제로 사용하는 것은 숯가마에서 태워진 나무껍질이다. 숯 피의 파편들은 부유하는 기표처럼 흩어져있다. 바탕 전체를 아우르는 크랙crack은 내재된 언어의 행간이며 무작위로 흩어져있는 부스러기들은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존재했었던, 잠시 모였다가 어디론가 다시 흩어지는 인생들이다.

실체와 허무, 솟아나고 피어나는 존재와 버려진 존재는 서로 다른 것이 아니다. 그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여하의 목적을 다하고 죽음의 터로 돌아간 삶들은 어디선가 다른 모습으로 실재할 뿐이다. 땅으로 모이는 것은 자연의 질서이며 흙은 우주의 엔트로피가 순환하는 시간의 흔적이다. 


3.<Field, 흩어진 아무것들-조각 모으기>

 <Field>의 세 번째 시리즈인 <조각 모으기>는 기존의 작업에 더해 오브제로 사용하는 숯의 파편들을 캔버스 위에 모은 것이다. 숯 조각은 어느 누군가가 살아낸 흔적이며 이 땅에 존재했었다는 증거이다. <조각 모으기>는 캔버스 위에 그러한 삶의 조각들을 모은 것이다. 파편Fragments들은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존재했었고 다시 어디론가 흩어지는 우리들의 최종 결과물이다. 너와 내가 살아온 소중했던 삶은 마침내 태워지고 부서지고, 흩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단지 발아래 있다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밟아도 되는 것은 없다. 흩어진 아무것들은 어쩌면 이미 과거의 나였었고 미래에도 또한 우리, 나일 테니까...

2017년부터 이어온 <Field> 연작을 통해 비로소 나는 발아래 땅과 흩어진 부스러기들에 대해 고개 숙이고 경건한 묵념을 올린다.   

2023. 김영수


CICA Art Now 2023

e-book & Special edition p108~111

Share 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