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Exhibition / Jan.03 - 28, 2023
@ GALLERY ARTcelsi
작업노트. 2021.5
‘FIELD, 흩어진 아무것들’ (Something Scattered)
판화 와 페인팅으로 선행된 나의 회화적 관념을 벗어나고자 새로운 매체를 탐구하는 동안 ‘내재된 기호’를 비롯한 이전의 작업들보다 좀 더 근원적인 접근이 필요했다. 선과 색으로 드러내고 보여주는 그간의 표현방식에서 기호로서의 시각적인 문법을 최소화하려고 시도하는 중 ‘FIELD’는 먼저 판화로 에스키스된 것이다.
2017년부터 시작한 흙 작업 ‘FIELD’는 땅에 대한 회개에서 비롯되었다.
생명의 시작은 어디서부터이며 죽음은 언제부터인가. 내가 쉼 없이 도는 트랙은 매일이 출발점인데 함께 돌아와야 할 시간은 우주의 분, 초로 달아나버려 살아온 날들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무리 이어 붙여도 길이가 늘어나지 않는 오늘, 꿈이 영원할 것처럼 목을 빼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서 있는 곳은 내가 죽어서 한 줌의 재로 돌아갈 땅이다. 고개를 숙여야 비로소 보이는 인생은 결국 흙덩이처럼 무너지고 부서져서 땅에 묻힌다. 땅은 발아래 모든 스러져가는 인생들을 받아 안는다. 그러한 땅이, 아니 무수히 흩어진 삶이 허술하고 미련한 지금의 나를 견디고 있다.
기존의 ‘FIELD’ 작업에 더해 오브제 로 사용하는 숯 피(皮)는 숯가마에서 태워진 것이다. 한 때는 바람과 햇빛의 온기로 숨을 쉬던 모습에서 손만 대도 부서지는 탄소덩어리로 변한 쓸모없는 물성, 마침내 버려지는 가난한 그들을 주워서 쓴다. 숯 피의 파편들은 부유하는 기표처럼 흩어져있다. 바탕 전체를 아우르는 크랙(crack)은 내재된 언어의 행간이며 무작위로 흩어져있는 부스러기들은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존재했었던, 잠시 모였다가 어디론가 다시 흩어지는 인생들이다. 실체와 허무, 솟아나고 피어나는 존재와 버려진 존재는 서로 다른 것이 아니다. 그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여하의 목적을 다하고 죽음의 터로 돌아간 삶들은 어디선가 다른 모습으로 실재할 뿐이다. 땅으로 모이는 것은 자연의 질서이며 흙은 우주의 엔트로피가 순환하는 시간의 흔적이다.
바닷가에 밀려오는 한 알의 모래, 숯가마에 쌓인 무른 나무껍질처럼 힘없이 바스라 지는 것, 문득 생겨나서 완성되지 못하고 잊혀 진 생각들, 어느 갈피에서 참다가 삼켜진 말들 같이 세상에 와서 어떤 이름도 얻지 못한 존재들은 태어남과 회귀의 순환과정 어느 즈음에 있는가.
치열한 파도의 잔해처럼 저마다 세월의 언저리에서 맴돌다 마침내 흩어지는 최후의 것, 무심히 광야에 버려진 아무것들도 우리의 마음속에 커다란 바위 같은 형체로 또는 그림자로 남을 수 있을까. 이미 잊어버린 것들. 버려진 것들과 흩어진 것들, 수많은 계절의 물과 불을 지나온 그들 모두가 먼 훗날 어느 곳에서는 누군가가 딛고 일어서는 단단하고 굳은 땅이 되어있기를, 그리고 아수라의 욕망에 사로잡힌 오늘의 내가 또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창조주의 마음속에서 부디 이롭고 새롭게 태어나주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그로부터 태양이 떠오르고 저물어 가는 그곳
그에 모든 神들이 놓여 있네
그 무엇도 그것을 벗어나지 못하네
이것이 바로 그것이네.
바로 여기 있는 것, 그건 저기 있는 것이라네
저기 있는 건 그것은 여기에 따라 있는 것이네
그는 죽음에서 죽음에 이른다네.*
-까타 우파니샤드 제2장 4절 9,10행-
*(원자로 돌아가는 최소한의 가시적 단위인 모래알, 가루, 혹은 점은 사라진 것이 아닌 다만 부서진 것들이다. 그들이 원자로 돌아가면 에너지로, 에너지는 다시 생명을 얻을 것이다. 버려진 아무것들은 그 순환의 고리 안에서 새로 태어난다. 실재에서 비실재로, 물질에서 비 물질로, 비 물질의 에너지는 다시 물질로 순환하는 것은 우주의 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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